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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 목 2018-06-22 18년간 살아있어도 죽어있던 노숙인
등 록 일 2019-02-0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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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8년간 살아있어도 죽어있던 노숙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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실종 신고 이후 사망자 처리돼
복지혜택 못받고 일상생활 不可
소송 거쳐 다시 ‘산 사람’으로


황모(58) 씨는 가족과 심한 갈등을 겪다 1993년 집을 나왔다. 황 씨와 연락이 두절된 가족들은 실종 신고를 했고, 2000년 1월 법원이 실종 선고를 내리면서 서류상 사망 상태가 됐다. 그는 막노동 등 날품팔이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다 심지어 전남 신안군의 염전 노예로 팔려가기도 했다. 탈출에는 가까스로 성공했지만, 배고픈 거리 생활은 이어졌다. 지역 교회로부터 후원받은 고시원비 30만 원 외에 일정한 벌이가 없던 황 씨는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에어컨 실외기를 훔쳐 파는 등 생계형 좀도둑질을 수시로 저질렀다. 이러한 사연을 서울시 복지사들이 찾아내면서 실종 선고 취소 소송을 진행했고 올해 1월 서울가정법원이 실종 선고 취소 판결을 내렸다. 황 씨는 18년 만에 ‘살아있는 사람’의 권리를 되찾았다.

기막힌 사연은 황 씨뿐만이 아니다. 부산에서 살던 유모(59) 씨는 30여 년 전 가출해 서울로 왔다. 마땅한 기술이 없던 유 씨는 고물을 모아 팔며 거리에서 생활하는 신세가 됐고 지난해에는 고물을 실은 인력거를 끌다 승용차와 가벼운 접촉사고가 벌어졌다. 출동한 경찰이 그의 신원조회를 했고, 유 씨는 그제야 본인이 ‘서류상 사망’ 상태라는 걸 알았다. 유 씨와 연락이 끊어진 가족이 실종 신고 심판 청구를 하면서 2015년 1월부터 사망자로 간주됐다. 이후 유 씨는 서울역다시서기센터 등의 도움으로 법률구조를 요청했고 마침내 3월 서울가정법원에서 실종 선고 취소 판결을 받았다.

전문가들은 뜻하지 않은 ‘서류상 사망’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종 처리 여부를 확인한 뒤 가능한 한 빨리 ‘실종 선고 취소’ 판결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. 황 씨 사건을 담당한 한정혜 서울시 복지상담사는 22일 “이들은 철저한 사회적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법 테두리 밖에 있어 보호받기 어렵다”며 “적극적 사례 발굴이 중요하다”고 강조했다. 한 상담사는 “사망자로 처리되면 모든 행정문서에 ‘말소자’로 분류돼 증명서 발급은 물론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 혜택과 함께 모든 행정 제도의 접근이 제한된다”며 “일상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빨리 실종 취소 판결을 받는 게 중요하다”고 설명했다. 유 씨 사건의 법률구조를 담당한 윤길현 법무법인 율강 변호사는 “실종 선고 취소 판결을 받아내려면 6개월에서 1년은 걸린다”며 “시간이 지체되지 않도록 법원에서 요구하는 서류 등을 빠짐없이 챙겨야 한다”고 조언했다. 또 “본인 확인을 위해 실종 당시 거주지의 관할 경찰서에서 십지문조회(양손 10개 지문 확인)를 하는데 현재 살고 있는 곳과 다른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”며 “법원에 거주지가 달라졌음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이 절차를 밟아야 한다”고 말했다.